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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 5명 중 1명은 평생 당뇨발을 경험합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솔직히 과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혈당만 잘 잡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요. 그런데 실제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제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당뇨발은 혈당 관리를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도 찾아오고, 무좀이나 내향성 발톱 같은 아주 사소한 상처에서 시작됩니다.

내향성 발톱이 당뇨발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내향성 발톱은 조금 불편하다가 낫는 흔한 발 질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5년간 당뇨병을 앓아온 60대 여성이 당뇨발 센터를 찾아온 이유가 바로 이 내향성 발톱이었다는 사례를 접하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내향성 발톱(ingrown toenail)이란 발톱의 양쪽 끝이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면서 주변 살을 지속적으로 파고드는 질환입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힐링 메커니즘이 작동해 작은 자극은 저절로 회복됩니다. 문제는 당뇨병 환자입니다.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면역 기능이 저하되고 혈류 공급도 줄어들기 때문에, 발톱이 살을 살짝 자극하는 정도의 작은 상처에도 염증이 수반되어 급속도로 퍼질 수 있습니다.
무좀과 굳은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병변들은 피부를 갈라지게 만드는데, 갈라진 틈은 세균이 침투하기 딱 좋은 환경이 됩니다. 당뇨병 환자는 이 균에 제대로 대항하지 못해 피부 속은 물론 뼈까지 염증이 퍼지는 골수염(osteomyelitis)으로 악화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골수염이란 세균 감염이 뼈 조직 내부까지 침투한 상태를 말하며, 이 단계에서는 절단 외에 선택지가 거의 없어집니다.
- 내향성 발톱 → 지속적인 살 자극 → 염증 → 감염 → 괴사
- 무좀·굳은살 → 피부 갈라짐 → 세균 침투 → 골수염
- 당뇨병 환자는 이 과정이 일반인보다 훨씬 빠르고 심각하게 진행됨
제가 직접 사례들을 확인해보니, 통증을 잘 못 느끼는 당뇨병 환자 특성상 상태가 이미 심각해진 다음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반복됩니다. 아프지 않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사실은 신경이 이미 손상되어 통증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겁니다. 이게 역설적으로 가장 위험한 상황입니다.
혈관합병증이 당뇨발을 만드는 진짜 원리
혈당 관리를 열심히 하면 당뇨발은 걱정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당뇨발이 생기는 근본 원인은 혈관합병증과 신경합병증, 두 가지가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당뇨병은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혈액 내 혈당이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를 말합니다. 이 고혈당 환경이 지속되면 혈관 벽이 손상되어 혈관이 딱딱해지고 좁아지는 죽상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이 진행됩니다. 쉽게 말해 혈관이 낡은 호스처럼 굳고 막히는 겁니다. 심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발끝부터 혈액 공급이 끊기면서 조직이 괴사하는 것이 당뇨발의 핵심 기전입니다.
종아리에는 전경골동맥, 후경골동맥, 비골동맥 세 개의 동맥이 발에 혈액을 공급합니다. 이 중 하나라도 막히면 해당 부위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차단되고, 아무리 소독을 잘하고 항생제를 써도 상처가 낫지 않습니다. 피가 돌지 않으면 회복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당화혈색소(HbA1c)라는 수치가 있습니다. 여기서 당화혈색소란 최근 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준을 반영하는 지표로, 정상 범위는 5.6% 이하입니다. 그런데 실제 당뇨발 환자들의 당화혈색소를 보면 9%를 훌쩍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십 년간 혈당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혈관과 신경이 서서히, 그러나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지는 겁니다. 출처: 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혈당 관리만으론 부족한 이유 — 당뇨 10년 이후가 진짜다
일반적으로 혈당 수치만 잘 유지하면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믿음에는 중요한 허점이 있습니다. 혈당을 열심히 관리해온 환자도 당뇨발을 피하지 못하는 경우가 실제로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시간의 문제입니다. 미세혈관 합병증은 당뇨병 발병 후 약 10년 전후부터 발현되기 시작한다는 연구 결과가 여러 임상을 통해 보고되고 있습니다. 즉, 당뇨 진단을 받는 순간부터 혈관과 신경은 이미 손상되기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당뇨병 환자가 고혈당 환경에 노출되는 절대적인 시간이 길어졌고, 그만큼 당뇨발 발생 확률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신경 손상의 비가역성 문제입니다. 혈관이나 신경이 한 번 손상되면 혈당이 나중에 좋아져도 회복되지 않습니다. 한때 혈당이 높았던 시기에 이미 타격을 받은 신경과 혈관은 이후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와도 그 상태가 유지됩니다. 이 점이 제가 가장 무섭다고 느꼈던 부분입니다.
세 번째로, 발에 대한 관리는 혈당 관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혈당 스파이크, 공복 혈당 같은 개념은 요즘 많이 알려져 있지만, 발 혈관 상태를 주기적으로 체크해야 한다는 인식은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출처: 세계보건기구(WHO)
당뇨발 예방관리, 실제로 해야 할 것들
당뇨발은 한번 발생하면 가속도가 붙습니다. 한쪽 다리를 절단하면 반대쪽 절단 가능성이 20%, 같은 쪽에서 2차 절단이 필요해지는 경우도 40%에 달한다는 임상 통계가 있습니다. 이걸 보고 나서 저는 예방이 치료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말이 단순한 의례적 표현이 아님을 실감했습니다.
전문의들이 강조하는 예방관리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하면서 가장 현실적이라고 느꼈던 방법들입니다.
- 매일 발바닥에 로션을 바른다 — 귀찮더라도 로션을 바르면 자연스럽게 발을 매일 들여다보게 됩니다. 보습 효과와 함께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는 습관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 발가락을 자주 움직인다 — 발가락으로 가위바위보를 하거나 꼼지락거리는 것만으로도 발가락 사이 습도를 조절하고 혈류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 양말과 신발을 반드시 착용한다 — 맨발 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있지만, 당뇨병 환자에게는 작은 상처도 5개월 이상 낫지 않는 만성 궤양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 내향성 발톱·무좀은 즉시 전문의에게 — 스스로 발톱을 깊게 자르거나 방치하지 않고, 이상이 생기면 바로 당뇨발 전문 클리닉을 찾아야 합니다.
- 당뇨 10년 이상이라면 증상이 없어도 연 1~2회 발 정기검진 — 통증이 없다는 것은 안전하다는 신호가 아니라 신경병증(neuropathy)이 진행된 신호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신경병증이란 고혈당으로 인해 신경 세포가 손상되어 통증·온도·압력 감각이 저하되거나 소실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아프지 않다고 해서 괜찮은 게 아니라, 아픔을 느끼는 신경 자체가 이미 망가진 상태일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통증이 없으면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당뇨발에서는 정반대로 해석해야 하는 겁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혈당 관리를 잘하면 당뇨발은 안 생기나요?
A. 혈당 관리를 잘하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완전히 막기는 어렵습니다.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혈관과 신경이 누적 손상을 받기 때문에, 혈당 관리와 함께 발 상태를 별도로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가 확인한 사례들을 보면 혈당 관리를 꾸준히 해온 환자도 당뇨발을 피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Q. 당뇨발 초기 증상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A. 초기에는 발 피부 색깔의 변화, 발의 온도 저하, 감각 둔화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신경병증이 진행된 경우 통증 자체를 느끼지 못해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통증이 없으면 이상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당뇨발에서는 오히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 위험 신호일 수 있습니다.
Q. 맨발 걷기가 당뇨 환자에게 정말 위험한가요?
A. 건강한 사람에겐 좋은 운동이지만, 당뇨병 환자에겐 주의가 필요합니다. 작은 돌이나 거친 바닥에 긁혀 생긴 상처가 감각 저하로 인해 방치되고, 이것이 수개월째 낫지 않는 만성 궤양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제가 확인한 사례에서도 맨발 걷기 이후 발에 구멍이 5개월 이상 아물지 않은 환자가 있었습니다.
Q. 당뇨발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A. 상태에 따라 혈관 재개통술(풍선 확장술), 괴사 조직 절제술, 부분 절단술 등이 단계적으로 시행됩니다. 혈관이 막혀 혈류가 차단된 경우에는 아무리 소독과 항생제 치료를 해도 상처가 낫지 않기 때문에, 혈관 치료를 먼저 진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발을 보존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결론
당뇨발은 혈당 관리에 소홀했던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십 년간 꼬박꼬박 혈당을 체크하고 관리해온 환자도 욕실 배수구 덮개에 긁힌 상처 하나로 발가락을 잃을 뻔한 사례를 보면서, 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당뇨병은 전신 혈관병이고, 발은 그 결과가 가장 먼저,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부위입니다.
정리하면, 당뇨 진단을 받은 순간부터 발 관리는 혈당 관리만큼 중요한 일상의 루틴이 되어야 합니다. 매일 발을 들여다보는 것, 내향성 발톱이나 무좀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 당뇨 10년이 넘었다면 증상이 없어도 정기검진을 받는 것. 이 세 가지가 당뇨발을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제가 이번에 내린 결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