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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 이상 성인 여섯 명 중 한 명이 당뇨병을 가지고 있고, 전 단계까지 합치면 성인 인구 절반에 가깝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솔직히 좀 멍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의 병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어느새 제 또래 이야기가 되어 있더군요.

당뇨가 이렇게 흔해진 배경
제가 어릴 때만 해도 과일을 설탕에 찍어 먹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단맛은 귀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탕후루, 두쫀쿠 같은 고당도 디저트가 일상이 됐고, 배달 앱 하나면 새벽에도 달달한 음식이 문 앞까지 옵니다. '단짠단짠'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을 만큼, 설탕에 대한 내성이 아니라 중독이 사회 전반에 퍼진 느낌입니다.
당뇨병(diabetes mellitus)이란 인슐린(insulin)의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기능이 저하되어 혈중 포도당 농도가 만성적으로 높아지는 대사질환입니다. 여기서 인슐린이란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액 속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끌어들여 에너지로 쓰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혈당이 계속 높은 상태가 유지되고, 결국 망막병증·신기능장애·신경병증·심혈관 질환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집니다.
비만 인구 증가, 고칼로리 식단의 보편화, 신체 활동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시각이 일반적입니다. 여기에 PM2.5, 즉 지름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미세먼지도 당뇨병 발병과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여기서 PM2.5란 폐 깊숙이 침투해 혈액으로 흡수될 수 있는 미세 화합물로, 전신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출처: WHO). 환경 호르몬 역시 당뇨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어서, 개인의 식습관만으로 모든 걸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혈당 관리,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이유
혈당을 올리는 음식 하면 으레 사탕이나 케이크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제가 예상 밖이라고 느낀 부분은 '건강한 음식'처럼 보이는 것들이었습니다. 무가당 주스, 우유, 심지어 과일도 혈당을 상당히 올릴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무가당(no sugar added)이란 제조 과정에서 별도로 당을 첨가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원재료 자체에 포함된 당분은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과일 주스를 예로 들면, 착즙 과정에서 식이섬유는 걸러지고 당분과 수분만 집중되기 때문에 혈당이 빠르게 치솟습니다. 같은 과일이라도 통째로 씹어 먹으면 식이섬유가 흡수를 늦춰주는데, 갈거나 착즙하면 그 완충 작용이 사라지는 셈입니다.
혈당 지수(GI, Glycemic Index)라는 개념도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GI란 특정 음식을 섭취했을 때 혈당이 얼마나 빠르게 오르는지를 수치화한 지표입니다. 잘 익은 바나나의 GI는 약 60, 덜 익은 바나나는 약 40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과일이라도 익은 정도에 따라 혈당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출처: Diabetes Australia).
특히 '혈당 스파이크(blood glucose spike)'라는 표현이 최근 자주 등장합니다. 혈당 스파이크란 식후 혈당이 급격히 치솟았다가 다시 떨어지는 현상으로, 연속 혈당 측정기(CGM) 보급이 늘면서 그래프 상에 뾰족하게 솟는 모양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학술적으로 정의된 용어라기보다는 대중적으로 통용되는 표현에 가깝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마다 혈당 반응이 다르다는 연구(2015년 이스라엘)가 있을 만큼, 혈당 관리는 개인차가 크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외식이 혈당을 많이 올린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집에서 라면을 끓이면 혈당이 어느 정도 오르는데, 분식점에서 먹으면 더 오른 사례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풍미를 위해 설탕을 추가했다고 합니다. 제 경우에도 외식 후 유독 속이 더부룩하거나 에너지가 뚝 떨어지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이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 무가당 주스·요거트: 당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당을 추가하지 않았다는 뜻
- 우유: 유당(lactose)이 포도당과 갈락토스로 분해되어 혈당을 올림
- 말린 과일(곶감 등): 수분이 빠져 당분이 농축, 다량 섭취하기 쉬움
- 흰쌀밥·덮밥류·초밥·카레: 밥이 주인공이 되는 순간 혈당이 빠르게 상승
- 외식 전반: 풍미를 위해 설탕이 가정식보다 많이 들어가는 경향
실천할 수 있는 혈당 관리 방법
이런저런 정보를 접하다 보면 '그래서 뭘 먹어야 하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저도 같은 고민을 했는데, 결국 거창한 해법보다 식사 원칙 몇 가지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먹는 순서를 바꾸는 것이 생각보다 효과적입니다. 밥보다 나물이나 단백질 반찬을 먼저 먹으면, 위장 안에 먼저 들어온 음식이 밥의 흡수를 물리적으로 늦춰줍니다. 소장 초반부에서 분비되는 GLP-1(glucagon-like peptide-1)이라는 장 호르몬도 이 순서에 영향을 받습니다. 여기서 GLP-1이란 음식이 소화될 때 소장 내분비 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위장 운동을 늦추며 식욕을 억제하는 복합적인 역할을 합니다. 단백질이나 식이섬유를 먼저 섭취하면 GLP-1 분비가 약 1.5~2배 늘어난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당화혈색소(HbA1c, Glycated Hemoglobin)도 알아두면 유용합니다. 여기서 당화혈색소란 혈중 포도당이 적혈구 내 헤모글로빈 단백질에 붙어 당화된 비율을 측정하는 수치로, 최근 2~3개월간의 혈당 평균을 반영합니다. 공복 혈당 하나만 보면 당일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당화혈색소는 중장기 혈당 관리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로 더 신뢰할 수 있습니다.
혈관 건강을 위한 A·B·C·D·E 원칙이라는 틀도 있습니다. A는 A1C(당화혈색소) 관리, B는 Blood Pressure(혈압) 조절, C는 Cholesterol(콜레스테롤) 관리, D는 Diet(식이요법) 또는 Drug(약물의 적절한 활용), E는 Exercise(운동)입니다. 제 경험상 이 다섯 가지를 '동시에 완벽히' 하려 하면 오히려 지치게 됩니다. 하나씩 루틴에 붙여가는 방식이 훨씬 현실적이었습니다.
수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서카디안 리듬(circadian rhythm), 즉 하루 주기로 반복되는 신체 리듬이 깨지면 혈당 조절이 흔들립니다. 자기 직전에 많이 먹으면 장이 쉬지 못하고 계속 일해야 하기 때문에 수면의 질도 함께 떨어집니다. '장도 잠을 자야 한다'는 표현이 꽤 와닿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무가당 주스는 혈당에 괜찮지 않나요?
A. 무가당(no sugar added)은 제조 시 당을 추가하지 않았다는 뜻이지, 당분이 없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과일 자체의 당분은 그대로 남아 있고, 착즙 과정에서 식이섬유가 걸러지기 때문에 오히려 통과일보다 혈당을 더 빠르게 올릴 수 있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블렌딩(스무디 형태)이 착즙보다는 낫지만, 통째로 씹어 먹는 것이 가장 완만한 혈당 반응을 보입니다.
Q. 혈당 스파이크가 정상인에게도 생기나요?
A. 혈당 조절 능력이 완전히 정상인 사람에게는 식후 혈당이 급격히 치솟는 현상이 잘 생기지 않는다는 견해가 일반적입니다. 단순당을 한꺼번에 과도하게 섭취하면 일시적으로 정상 범위를 벗어날 수 있지만, 자주 나타난다면 당뇨병 전 단계나 인슐린 저항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속 혈당 측정기(CGM)로 직접 확인해보는 방법이 가장 확실합니다.
Q. 당뇨 예방에 좋은 과일이 따로 있나요?
A. 연구에 따르면 블루베리, 포도, 자두처럼 껍질 비율이 높은 과일들이 당뇨 발병 위험을 낮추는 경향이 보고된 적 있습니다. 껍질에 식이섬유와 폴리페놀이 풍부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다만 같은 과일이라도 양이 많아지면 혈당에 영향을 주므로, 식후 소량을 통째로 섭취하는 방식이 가장 무난하다고 봅니다.
Q. 운동만으로 살을 빼면 혈당도 좋아지나요?
A. 운동이 혈당 관리에 도움을 주는 것은 맞지만, 체중 감량 자체는 식이 조절이 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30분 걷기로 소모되는 칼로리는 100kcal 안팎인데, 운동 후 보상 심리로 그 이상을 먹어버리면 효과가 상쇄됩니다. 저는 운동은 체중을 '유지'하고 골격근을 키워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역할로 보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Q. GLP-1 주사제(위고비, 오젬픽)는 누구나 맞을 수 있나요?
A. GLP-1 계열 약물은 당뇨병 치료 또는 고도비만 치료 목적으로 처방전이 필요하며, 국내에서는 체중 감량 목적의 보험 적용이 아직 되지 않습니다. 메스꺼움·구토·담석 등 위장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의사의 진료 없이 임의로 사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자연적으로 GLP-1을 높이려면 단백질·식이섬유를 먼저 섭취하고, 꾸준한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결론
당뇨는 이미 제 주변 이야기가 됐습니다. 부모 세대, 심지어 저와 비슷한 나이대에서도 혈당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옵니다. 혈당을 올리는 음식이 단 음식만이 아니라는 점, 먹는 순서 하나로도 식후 혈당이 달라진다는 점, 말린 과일이나 외식이 의외의 함정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제가 직접 이 내용을 정리하면서 새롭게 정리된 부분들입니다.
완벽한 식단보다 지속 가능한 습관이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재료를 알아볼 수 있는 음식 먹기, 색깔을 다양하게 차리기, 흰쌀·소금·설탕 양 줄이기, 배의 80% 선에서 숟가락 놓기. 특별한 지식 없이도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원칙들입니다. 정기적인 혈당 및 당화혈색소 검사로 내 몸 상태를 데이터로 확인하는 습관도 함께라면 더 좋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7JpBSVnnFc / 출처: 대한당뇨병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