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솔직히 저는 허리가 아플 때마다 "쉬면 낫겠지"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그 회복 기간이 점점 길어지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쉬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걸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가 디스크 수술을 받고 오랫동안 복대를 차고 다니셨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허리 문제를 남의 일처럼 볼 수가 없었습니다. 허리 통증의 근본 원인이 디스크 손상에 있다는 사실, 그리고 수술 없이도 자세만으로 회복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디스크 손상: 허리 통증의 진짜 원인
저는 한동안 허리가 아프면 "근육이 뭉쳤겠거니"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통증의 출발점이 근육이 아니라 디스크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출처: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논문에서도 요통의 93%가 디스크 손상에서 비롯된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물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여러 겹의 강한 껍질인 섬유륜(annulus fibrosus)으로 감싸여 있고, 그 안에 젤리처럼 생긴 수핵(nucleus pulposus)이 들어 있습니다. 여기서 섬유륜이란 디스크의 바깥 껍질로, 수핵이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구조물입니다. 이 껍질이 찢어지는 순간부터 통증이 시작됩니다.
디스크가 손상되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무거운 물건을 갑자기 들어올릴 때처럼 한 번에 강한 힘이 가해지는 경우, 김장 배추 300포기를 내리다가 디스크가 터진 환자 사례처럼 작은 힘이 반복되는 경우, 그리고 나쁜 자세로 오래 앉아 있는 것처럼 작은 압력이 지속되는 경우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무거운 짐을 들 때 다리 힘을 쓰지 않고 허리를 그냥 숙인 채 들어올리다가 삐끗한 게 딱 이 첫 번째 경로였습니다.
디스크가 손상되면 허리에만 통증이 국한되는 디스크성 통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수핵이 섬유륜을 완전히 뚫고 나오면 신경 뿌리를 건드려 다리까지 통증이 뻗히는 방사통(radicular pain)이 생기기도 합니다. 방사통이란 허리에서 시작된 통증이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를 거쳐 발까지 퍼지는 증상을 말합니다. 실제로 이 통증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하고, 저도 허리가 심하게 아팠을 때 왼쪽 다리가 저리는 느낌을 받아서 꽤 겁이 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 한 번에 강한 충격: 무거운 물건을 갑자기 들어올릴 때
- 반복 누적: 작은 힘이 수없이 반복될 때 (낙숫물이 바위를 패는 원리)
- 지속 압박: 나쁜 자세로 오래 앉아 있을 때 (가장 흔한 원인)
요추전만: 운동보다 자세가 먼저인 이유
허리가 아프기 시작하면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코어를 강화해라", "기립근 운동을 해라"입니다. 저도 유튜브를 찾아보고 그런 운동들을 따라 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해도 해도 효과를 못 느꼈습니다. 그 이유를 나중에야 이해했는데, 디스크가 이미 손상된 상태에서의 근력 운동은 오히려 찢어진 섬유륜을 더 벌려놓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요추전만(lumbar lordosis)에 있습니다. 요추전만이란 허리 쪽 척추가 앞으로 볼록하게 굽는 C자 곡선 배열을 말합니다. 옆에서 봤을 때 허리가 안으로 살짝 들어온 그 곡선이 디스크에는 가장 안전한 상태입니다. 이 자세에서는 수핵이 앞쪽으로 밀리기 때문에, 뒤쪽 섬유륜을 찢을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반대로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면 수핵이 뒤쪽으로 밀리면서 이미 찢어진 섬유륜을 더 벌려놓게 됩니다.
찢어진 디스크가 낫는 원리를 생각해보면 이 논리는 꽤 직관적입니다. 피부에 상처가 생겼을 때 반창고로 눌러 고정하면 아무는 것처럼, 섬유륜도 찢어진 부위가 벌어지지 않아야 붙을 수 있습니다. 요추전만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바로 그 반창고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디스크 탈출로 방사통을 앓던 환자 77명 중 49명에서 탈출된 디스크가 저절로 줄어들었고, 10명에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보고했습니다(출처: Spine-health 연구 자료).
허리를 뒤로 젖히는 신전(extension) 동작이 그 요추전만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신전이란 허리를 뒤로 펴서 젖히는 자세를 말합니다. 서서 할 수도 있고, 엎드린 상태에서 팔로 상체를 들어올리는 방식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엎드려서 하는 신전은 아침저녁 각 5~10분, 서서 하는 신전은 30분에 한 번씩 5초 5회 정도가 기준이라고 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처음에는 허리가 뻐근해서 얼마나 젖혀야 할지 감이 안 잡혔습니다. 아프지 않은 선에서 조금씩 각도를 늘려가는 것이 맞는 방법이었습니다.
척추위생: 일상에서 지켜야 할 실전 습관
척추위생(spinal hygiene)이라는 개념이 처음엔 낯설었습니다. 척추위생이란 코로나 시기에 손 씻기가 손 위생이었던 것처럼, 디스크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자세와 동작을 일상에서 철저히 피하는 습관 전체를 가리킵니다. 이 개념을 알고 나서 저는 평소 습관을 다시 들여다봤는데, 솔직히 제가 실수한 부분이 꽤 많았습니다.
먼저 피해야 할 동작들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허리에 좋다고 알고 있는 운동 중 실제로는 디스크를 찢는 동작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윗몸일으키기가 복근 강화에만 좋은 줄 알았는데, 디스크가 이미 손상된 상태에서는 찢어진 섬유륜을 더 벌리는 동작이 될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피해야 할 대표적인 동작은 다음과 같습니다.
- 윗몸일으키기: 복근 강화 운동으로 알려져 있지만, 손상된 디스크에는 독이 됩니다
- 무릎을 세우고 등으로 바닥을 누르는 동작: 디스크를 직접 찢는 자세입니다
- 앉아서 허리를 앞으로 숙이는 스트레칭: 섬유륜을 벌려놓습니다
- 엎드린 상태에서 허리를 위아래로 반복해 들어올리는 고양이 자세
- 양반다리로 앉아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는 유연성 운동
반면 척추위생의 핵심은 24시간 요추전만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물론 24시간 내내 완벽하게 유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허리 쿠션을 이용하는 방법이 실용적입니다. 잠을 자는 동안 요추 아래에 너무 딱딱하지 않은 쿠션을 받쳐두면 수면 중에도 요추전만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잠자는 시간이 디스크가 가장 많이 회복되는 시간이라고 하니, 제 경험상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별도의 노력이 필요 없는 방법이었습니다.
척추관 협착증(spinal stenosis)이나 전방전위증(spondylolisthesis)을 가진 분들도 결국 통증의 원인은 디스크 손상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척추관 협착증이란 척추 속 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좁아지는 질환인데, 고도의 협착이 있는 환자 100명 중 83명은 통증이 없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좁아진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거기에 디스크 손상이 더해졌을 때 통증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협착증 환자도 디스크 환자와 동일하게 자세 교정이 우선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꽤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허리 디스크인데 운동을 하면 안 되는 건가요?
A. 운동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어떤 운동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디스크가 손상된 상태에서 코어 근력 강화를 목적으로 허리를 굽히거나 비트는 동작을 반복하면 오히려 찢어진 섬유륜을 더 벌려놓을 수 있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먼저 자세 교정을 통해 디스크가 어느 정도 회복된 후에 운동을 추가하는 순서가 맞는 것으로 보입니다.
Q. 요추전만 자세를 하루 종일 유지해야 하나요?
A. 현실적으로 24시간 완벽한 요추전만을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30분에 한 번씩 서서 신전 동작을 5초 5회 반복하는 방식이 권장됩니다. 잠자는 동안은 요추 아래에 쿠션을 받쳐두는 것만으로도 수면 중 요추전만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Q. 디스크 탈출증이 수술 없이도 정말 나을 수 있나요?
A. 연구에 따르면 디스크 탈출로 방사통을 앓던 환자 77명 중 49명에서 탈출된 디스크가 저절로 줄어들었고, 10명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물론 근육 마비나 소변 조절이 어려운 상태처럼 신경 압박이 심각한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통증이 심각한 경우에는 스테로이드 주사로 염증을 먼저 줄이고 자세 교정을 병행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Q. 척추관 협착증도 자세 교정으로 나아지나요?
A. 척추관이 좁아진 것 자체보다, 거기에 디스크 손상이 더해졌을 때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관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고도의 척추관 협착증 환자 100명 중 83명은 통증이 없었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래서 협착증 환자도 허리를 구부리는 동작을 피하고 요추전만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통증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결론
저는 오랫동안 허리 통증을 쉬거나 근력 운동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가 수술까지 받으셨는데도 그 경험을 제 문제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디스크 손상이라는 구조적 원인을 이해하고 나서야, 왜 운동을 해도 낫지 않았는지, 왜 잠깐 쉬는 것만으로는 점점 부족해졌는지가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운동을 하면 안 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있고, 코어 강화 운동이 도움이 됐다는 경험을 가진 분들도 분명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핵심은 순서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디스크가 이미 손상된 상태에서는 자세 교정이 먼저이고, 어느 정도 회복된 뒤에 무리하지 않는 운동을 서서히 병행하는 것이 맞는 방향으로 보입니다. 척추위생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제가 지금부터 실천하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